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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Burnout

대학원 동기들과 아침일찍 길을 나서 

처음으로 시카고를 둘러보고 왔다.

 

다행히 교통체증없이 두시간 남짓 달리니

어느 부분인가 뉴욕과 참 많이 닮았다고 느껴지는 도시가 모습을 드러낸다.

 

미국 내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라고 하지만 인구는 2백만 정도.

오래된 도시 역사만큼이나 빼곡한 고층건물들, 건축 뮤지엄들이 인상적이다. 

다음에 시간이 허락한다면 MCA, Architecture Institute을 둘러볼 생각. 

 

조그마한, 일상이 정해진 캠퍼스타운을 벗어나 오랜만에 도시를 둘러보니

당일치기가 버거웠던건지 저녁식사 즈음엔 몸도 마음도 벌써 지쳐있었다. 

일자리도 문화 경험도 많을 곳이지만, 무언가 체력이 소비되는 느낌.

물론 거대한 Lake Michigan 호수 변을 뛰며 주말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며

확실히 도시가 가진 여러 종류의 인프라가 좋아보였지만. 

 

저녁식사를 하며 다시 샴페인-어바나로 돌아갈 생각,

또 하루를 뺀 만큼 밀린 과제와 할일들을 마주할 생각을 하니

턱 하고 숨이 막혀왔다. 

지난 8주간을 쉼없이 달려왔고, 이제 갓 한 학기의 절반을 돌았다. 

그저 뒤쳐지지 않게 꾸역꾸역해왔는데, 당장 다시 내일 수업을 준비하는 지금

정말 힘을 낼 힘이 없음을 느낀다. 마음 관리도 중요한 과업의 일부라 생각하고, 여직 해왔는데

신체적 체력도 마음의 여유도 바닥난 것이 느껴진다.

 

처음 접한 운동을 요령없이 몇 시간 계속 버티다보면

근육이 버텨내지 못하는 것 마냥, 

 

부족한 역량으로 요령없이 쫓아가려고만 계속 버티다보니 힘이 풀린 모양새이다. 

자꾸만 사계절 딱 한바퀴만 돌고 마쳤으면 좋겠다. 돌아보면 짧을지 모르는 2년이라는 시간이 참 막막하게 길다. 

 

같이 고생하면서도 틈틈이 여유를 찾으려 노력하는

스물셋, 스물넷 어린 동기들을 보며 '나는 저들처럼 여유부릴 상황이 아니지' 싶기도 하고

늘 불편하기만 한 언어의 한계, 모국어가 아닌 도구로 생각하고 일해야 하는 상황이

자꾸 마음의 여유를 깎아낸다. 

 

어디까지 와버린 것인지,

조금씩 다시 회복하길 바란다. 잘못된 사고에 갇혀 기쁘게 얻은 시간과 기회를 속절없이 날리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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