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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상처받은 이

 

달리는 것 외에는 

달리 할 것이 많지 않은 나날이라

덕분에 건강도 챙길 겸 자주 걷고 달리고 있다.

 

근사한 저택 앞에 수십년은 자리를 지켰을 듯 한 나무가 있는데

겨울이 지나 봄에 풍성하게 다시 몸집을 불린 모습이 멋드러졌었다. 

 

초여름에 들어서며 삼일 간 비오고 바람이 세게 부는 날들이 있었는데

한참을 앓고 나서 쉬엄쉬엄 걷고자 나간 길에 그 집을 다시 지나게 되었다. 

 

산책 길 내내 잔가지와 이파리들이 수없이 떨어져 있었지만 

그리 큰 나무의 아주 굵은 가지가 속절없이 부러져 크게 꺾여있는건 믿기 힘들었다. 

오랜 시간을 자연스레 자랐을 텐데 그저 늘상부는 바람에 말도 안되게 부러진 것이다.

 

그 후로도 그 나무 앞을 자주 걷게 되었는데,

늘 깔끔하게 정원을 관리해온 집 답게 금세 부러진 가지가 치워져 있었다. 

 

또 몇주가 지나 그 집과 나무 앞을 지나게 되었는데

크게 잘려나간 자리가 역시 눈에 띄고 고통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또 오늘 다시 그 앞을 걷게 되었다. 

거짓말처럼 새 가지가 나오는 일은 당연히 일어나지 않았지만

분명 꺾이고 부러진 자리가 드러나있었으나 그래도 괜찮아 보였다. 

어느 정도 정돈되어 보였고, 크게 부러진 가지도 흔적을 지닌 채 적절히 몸을 다시 가다듬은 모양새였다. 

다친 곳은 그대로 있었지만, 풍성하고 굳건한 나무 자체도 그대로였다. 

 

세상에 크게 상처받고 데인 이도

나에게 상처받고 다친 이도 그리 다시 굳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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